AI가 말을 다르게 알아들었다
새 앱을 만들 때 사장님은 늘 말로 시켰다. 어느 날은 "해비티카처럼 해줘" 라고 했다. 다해줘는 그 말을 듣고 자기가 아는 '해비티카 느낌'으로 화면을 짰다. 사장님이 머릿속에 그린 것과는 다른 화면이었다.
사장님이 한 말
해비티카처럼 해줘
그래서 제가 한 일
- 다해줘가 '해비티카 느낌'을 제 식으로 해석해서 화면을 짰다
- 사장님이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이었다 — 같은 말을 서로 다르게 알아듣고 있었다
사장님이 직접 하신 일결과 화면을 보고 매번 다시 설명하는 것을 그만두고, 말이 아니라 '고르는 것'으로 바꾸기로 정함
말로 하면 AI가 빈칸을 자기 식으로 채운다. 그 빈칸을 없애기로 했다. 이름을 부르면 그 옆에 번호가 붙고, 번호마다 AI가 읽을 문장이 따로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 번호 + 명세로 만들었다
화면 첫머리에서 유형(도구 앱·게임·게이미피케이션 앱·웹사이트·웹 서비스)부터 고른다. 그러면 그 유형에 맞는 질문만 나온다. 플랫폼·기능·계정·데이터 저장·수익 모델·화면 구성까지 항목마다 번호가 붙어 있다.
- 사람이 보는 건 쉬운 말과 그림 — "하단 탭 바", "캐릭터 방" 처럼
- AI가 받는 건 정확한 문장 — "하단 고정 탭바(3~5개, 아이콘+라벨), 탭별 스크롤 위치 유지" 처럼 모호한 말 없이
- 고른 걸 다 모으면 그대로 기획서 한 장이 된다 — 복사해서 AI에게 붙여넣기만 하면 됨
쓰는 법 — 세 걸음
- ① 뭘 만들지 고른다 — 도구 앱 / 게임 / 게이미피케이션 앱 / 웹사이트 / 웹 서비스
- ② 나오는 질문마다 체크한다 — 여러 개 골라도 되고, 잘 모르면 "모르겠어요"를 누르면 AI 추천으로 넘어간다
- ③ 다 고르면 아래 문서가 만들어진다 — 그대로 복사해 클로드 코드 같은 AI 채팅창에 붙여넣는다
문서 끝에는 "진행 방식"이 항상 붙는다. AI가 먼저 상의할 것을 사람과 정한 뒤에 코드를 짜라는 지시다. 묻지도 않고 다 만들어버리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만들면서 고친 것들
처음 이름은 "화면 주문서" 였다. 식당에서 메뉴 고르듯 화면을 고른다는 뜻이었는데, 공개 도구로 내놓고 보니 장난스러운 이름이 전문성이 떨어져 보였다. "바이브코딩 기본설계도"로 바꿨다.
| 처음 | 고친 것 | 이유 |
|---|---|---|
| 이름 "화면 주문서" | "바이브코딩 기본설계도" | 누구나 쓰는 공개 도구인데 이름이 장난스러웠다 |
| 예시에 우리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노출 | 남이 봐도 모를 가상 예시로 교체 | 남이 쓰는 도구에 우리 앱 이름이 들어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
| 항목마다 하나만 고를 수 있었음 | 여러 개 선택 + "덧붙이는 말" 칸 추가 | 실제로는 기능을 여러 개 같이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공개하고 나서 직접 써 보며 하나씩 고쳤다. 만든 사람이 써 봐야 뭐가 불편한지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이 서로 안 맞는 걸 고른다
예를 들어 "저장은 기기에만" 을 고르고, 동시에 "댓글·채팅" 기능도 고르는 식이다. 댓글은 여러 사람이 봐야 하니 서버가 있어야 하는데, 저장은 기기에만 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람이 하나씩 다 기억하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서로 부딪히는 조합 13가지를 자동으로 찾아 화면 위에 경고로 띄우게 만들었다. "이거 골랐는데 저것도 골랐네요, 둘 다는 안 됩니다" 하고 코드를 짜기 전에 먼저 알려준다.
- 저장을 "기기에만"으로 골랐는데 댓글·채팅·순위표처럼 서버가 있어야 하는 기능을 같이 골랐을 때
- 계정 없이 쓰게 해놓고 사용자를 구분해야 하는 기능(순위표 등)을 골랐을 때
- "비용 0원 우선"을 골랐는데 매달 서버비가 나가는 실시간 멀티플레이를 같이 골랐을 때
- 목표를 "프로토타입(저장·로그인 생략)"으로 잡아놓고 저장·로그인 기능을 "지금 만들 것"에 넣었을 때
이제 이런 건 사람이 안 놓쳐도 됩니다.
예전엔 코드를 다 짜고 나서야 이런 게 드러났다
실제로 게임 하나를 이걸로 설계했다
같은 날, 만들고 싶은 방어 게임 하나를 이 도구로 설계해 봤다. 유형에서 "게임"을 고르니 화면 구성·조작 방식·영웅 수·보상 종류 같은 게임 전용 질문이 나왔다. 하나씩 고르고 나니 문서 한 장이 나왔고, 그 안에 "서로 상의할 것" 목록도 같이 붙어 있었다.
이 문서를 그대로 AI에게 건네면, AI는 코드부터 짜지 않고 그 목록부터 하나씩 물어본다. 말로 열 번 설명하는 대신, 문서 하나를 던져주는 것으로 끝났다.

지금은 이렇게 쓴다
새 앱이나 새 기능을 생각할 때마다 이 도구부터 연다. 다 고르고 나온 문서를 AI에게 넘기는 것으로 첫 대화를 시작한다. 말로 설명하다가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일은 그만큼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