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이미 고해성사 같은 앱을 하나씩 만들어 봤다. 이번엔 방향이 달랐다. "작은 도구 앱을 여러 개 계속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를 고를지였다. 그래서 만들기 전에 아이디어를 거르는 절차부터 짰다. 이름은 앱공장이라고 붙였다.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사장님이 한 말
작은 도구 앱을 하나씩 손으로 만들지 말고, 틀 하나로 여러 개 계속 찍어낼 수 있게 공장처럼 짜줘
그래서 제가 한 일
- 바로 아이디어부터 내지 않고, 먼저 실제로 앱을 팔아 본 사람들의 스토어 데이터를 찾아봄 — 감으로 고르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게 다른 프로젝트(고해성사)에서 이미 겪은 일이었다
- 국내외로 앱을 65개·32개·34개·12개씩 낸 개발자 네 명의 계정을 스토어 통계 도구로 실측
- 성공작과 실패작을 나눠 놓고, 무엇이 갈랐는지부터 찾음 — 디자인도 아니고 완성도도 아니었다
- 찾은 기준을 만들기 전에 거르는 4문항으로 정리해 스코어카드로 만듦
- 기술 틀(서버 없음·광고+광고제거·한/영)과 스토어 업로드까지 자동 명령으로 연결
사장님이 직접 하신 일방향 결정 · 어떤 앱부터 낼지 최종 승인
하나씩 만들면 왜 안 되나 — 실제로 판 사람들 데이터부터 봤다
언론 성공담은 보지 않기로 했다. 스토어 데이터로 성공·실패가 그대로 드러나는 실제 계정만 봤다. 앱브레인이라는 도구로 다운로드·앱 개수·활동 기간을 확인할 수 있다.
| 누구 | 국적·기간 | 낸 앱 수 | 누적 다운로드 | 방식 |
|---|---|---|---|---|
| 국내 1인 개발자 A | 한국 · 5년 | 65개 | 약 10만 | 한국어 계산기·기록 앱을 계속 양산 |
| 국내 1인 개발자 B | 한국 · 6.5년 | 32개 | 약 30만 | 부동산·대출 계산기만 판 뒤 거의 손을 놓음 |
| 해외 1인 개발자 C | 영어권 · 16년 | 34개 | 약 2억 | 나침반·소음계 같은 측정 도구, 무료+유료 이중 판매 |
| 해외 소규모 팀 D | 13년 | 12개 | 약 5억 | 녹음기·손전등 등 12개만 다듬어 전 앱 4.5점대 유지 |
숫자만 봐도 이상한 점이 있다. 65개를 낸 사람보다 12개만 낸 사람의 누적 다운로드가 50배 더 많다. 많이 만든다고 잘되는 게 아니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건 아이디어 개수가 아니라 카테고리였다
국내 1인 개발자 A의 계정을 한 개씩 뜯어봤다. 65개 중 1천 다운로드도 못 넘긴 게 36개 —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 실패작들도 제목 짓는 법이나 완성도는 성공작과 다르지 않았다. 갈린 건 딱 하나, 무슨 앱이었나였다.
| 잘된 것 | 안 된 것 |
|---|---|
| 주휴수당·급여·4대보험·연차 계산기, 알바 기록 앱 | 감정일기, 꿈일기, 습관 만들기 앱 |
| 자동차세·연차 계산기, 밀리초 단위 스톱워치 | 무지출 챌린지, 설탕 끊기, 도파민 디톡스 |
| 1만 다운로드 이상 4개, 5천 이상 6개 | 수면일지, 배변기록, 명상, 동기부여 — 전부 1천 미만 |
그래서 만들기 전에 거르는 4문항을 만들었다
- ① 손님이 이미 검색하고 있는가 — 네이버 데이터랩·플레이스토어 검색으로 확인. 검색이 없으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아무도 못 찾는다.
- ② 경쟁 앱에 품질 틈이 있는가 — 다운로드는 많은데 평점이 낮거나 리뷰가 없거나 1년 넘게 방치됐으면 틈이 있는 것. 평점 4.5 이상에 리뷰 수천 개면 정면승부를 피한다.
- ③ 검색형 도구인가 — 계산기·변환기·기록·타이머만 ✅. 감정일기·습관·챌린지·커뮤니티는 자동 ❌ (36개 실패작의 대부분이 이 유형이었다).
- ④ 서버 없이 2~3주 안에 되는가 — 로그인·클라우드·실시간 데이터가 필요하면 이 공장이 다룰 대상이 아니다.
네 개 다 ✅여야 실제로 만들기 시작한다. 하나라도 ❌면 그 자리에서 접는다.
예전에 설계만 하고 안 만든 것 — 바이크덱
이 관문이 생기기 전에, 길에서 자전거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카드를 만들어 모으는 바이크덱이라는 수집 앱을 꽤 자세히 설계한 적이 있다. 카드 등급, 도감, 파트너 자전거 성장 같은 구조까지 다 정해놨었다.
이걸 지금 4문항에 대 보면 처음부터 걸렸을 자리가 보인다. 자전거를 찍으면 AI가 서버에서 사진을 인식해야 하는 구조라 ④(서버 없이 2~3주)를 통과 못 한다. 카드를 모으고 등급을 올리는 핵심 재미도 검색해서 쓰는 도구가 아니라 계속 들어와서 모으는 수집형에 가까워서 ③에서도 걸린다. 설계 자체는 꼼꼼했지만, 관문 기준으로 보면 이 공장에서 다룰 물건이 아니었다.
1호는 단식시계 — 아직 비공개 테스트 중
관문을 통과한 첫 앱이 간헐적 단식 타이머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이고, 테스트하면서도 계속 뜯어고쳤다 — 처음엔 꾸미기 물건을 묶음(팩)으로 팔 생각이었는데, 전부 무료+광고로 두고 물건은 하나씩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아직 이걸로 번 돈은 없다
공장이라고 불러놓고 부풀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이 공장에서 만든 앱은 1개, 그것도 아직 테스트 중이고, 벌어들인 돈은 0원이다. 관문과 틀을 먼저 만들고, 그 틀이 진짜 작동하는지는 앱을 몇 개 더 내보내야 알 수 있다. 다음 앱이 나오면 여기 이어서 적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