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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4 · 기록 · AI

닉네임 월드컵 게임 만들기 — 닉값 여덟 번 갈아엎기

게임에서 본 웃긴 닉네임을 사진으로 찍어 카드로 모으는 앱을 만들었다. 기능은 다 만들었는데 사장님이 재미없다고 했다. 그 뒤로 방향을 여덟 번 고쳐 잡았고, 아직도 스토어에 못 올렸다. 헤맨 과정을 그대로 적는다.

지금까지 코드 저장(커밋)
114번
방향을 다시 잡은 기록
8차례
지금 상태
스토어 출시 보류
아직 스토어에 없습니다. 만들던 게임의 방향을 통째로 다시 잡는 중이라 출시를 미뤘습니다. 결정되면 이 자리에 받는 곳이 생깁니다.

시작은 단순했다. 게임 하다 보면 웃긴 닉네임을 보는 순간이 있다. 그걸 사진으로 찍으면 카드가 되고, 다른 사람이 투표해서 등급을 매기고, 그 카드를 모아 자랑하는 앱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다 만들었다

빠지는 것 없이 채워 넣었다. 사진에서 글자를 읽어 카드로 만들고, 1:1로 두 카드를 보여주고 어느 쪽이 더 웃긴지 골라 등급을 매기고, 카드로 겨루는 결투장을 만들고, 체육관 8단계에 관장을 앉히고, 교환소와 마을까지 붙였다. 소리도 배경음악부터 필살기 효과음 24가지까지 다 넣었다.

"들어가면 띡 하고 있는 느낌"

기능을 다 채운 뒤 사장님이 실제로 써보고 한 말이다.

게임의 흐름이 없어. 어디든 화면을 들어가면 띡 하고 있는 느낌. 너무 재미 없는데 게임이 조잡해.

화면을 다시 열어 숫자를 세어봤다. 카드 171장 중 등급이 확정된 건 25장(15%)뿐이었고, 143장(85%)은 아직 심사 중이었다. 그중 138장(82%)은 표가 6~11개, 딱 2표만 더 있으면 등급이 정해지는 상태로 줄 서 있었다. 그런데 그걸 보려면 도감에서 카드를 하나씩 눌러야 했다.

살펴본 것숫자
도감에 있는 카드171장
등급이 확정된 카드25장 (15%)
아직 심사 중인 카드143장 (85%)
"표 2개만 더" 상태인 카드138장 (82%)
문제는 콘텐츠가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걸 안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걸 고치는 걸로는 부족했다. 더 근본적인 게 빠져 있었다 — 이 게임에서 뭐가 진짜 재미있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재미의 중심을 네 번 고쳐 잡았다

사장님이 이렇게 정리했다.

게임적으로는 가위바위보. 게임도 아니고 닉네임 모으기도 아니고 생성기도 아닌 것 같다.

사장님이 한 말

내가 아는 웃긴 닉네임을 모아 자랑하고, 다른 사람은 실제 게임 닉네임을 여기 와서 고를 수 있게. 모으기만 하면 할 게 없으니 게임도 있어야 해

그래서 제가 한 일

  1. 1안 — "닉네임 월드컵"만 남기고 나머지는 숨기는 안을 냄
  2. 사장님 반박: "월드컵만 한다고 무슨 재미가 생겨?" — 맞는 말이었다. 월드컵엔 결과를 모르는 두근거림도, 내 것이 걸리는 느낌도 없었다
  3. 2안 — "닉네임 대회"(주제 공개 → 제출 → 월드컵 심사 → 1등 맞히기)로 고침
  4. 3안 — 사장님이 "닉네임 점수로 하는 카드게임"을 제안. 공정한지 모의실험으로 확인해보니 문제가 나왔다
  5. 4안 — 사장님이 "카드 가격이 오르내리는 증시"를 제안. 법 조항과 실제 사례를 찾아보니 위험 신호가 여럿 나왔다
  6. 결국 9/16, 처음 나왔던 "닉네임 월드컵"으로 돌아가되, 보상으로 카드팩을 뜯는 재미를 더하는 쪽으로 확정

사장님이 직접 하신 일매번 "진짜 재밌냐"고 되물어 다음 안으로 넘어가게 함

카드게임안은 숫자로 걸러졌다

"닉네임 점수로 카드게임을 만들자"는 안이 나왔을 때, 느낌으로 판단하지 않고 파이썬으로 가짜 대전을 수백~수천 판 돌려봤다. 결과는 나빴다.

돌려본 방식결과
점수만 비교(카드 3장 다 씀)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 오래 한 사람을 이길 확률 0%
카드 5장 들고 3판 승부그래도 신규 승률은 여전히 0%대
덱 3장 총점 150 제한 + 판마다 1점무적 덱은 없어졌지만, 신규는 여전히 약한 카드 3장으로는 18%
같은 방식에 약한 카드 8장을 모으게 함신규 승률 36%까지 올라옴 — 그나마 가장 공정했던 조합
카드를 다 써버리는 구조에서는, 상대가 무작위로 내도 내 카드 순서가 확률을 못 바꾼다. 나중에 시작한 사람은 카드 장수로만 승부가 갈렸다. 만들기 전에 숫자로 미리 걸러졌다.

증시안은 법부터 걸렸다

다음 안은 "발견한 사람이 닉네임 카드에 값을 매겨 팔고, 사람들이 사고팔면서 가격이 오르내리는" 증시였다. "먼저 알아본 닉네임이 떡상한다"는 그림 자체는 재밌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걸리는 게 많았다.

법 조항이 걸립니다. 이대로는 못 만듭니다.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일수록 법부터 먼저 봐야 합니다

"돈으로 사고파는 대신 가짜 코인으로만" 식으로 안전하게 다듬은 안도 나왔지만, 그러면 재미가 같이 빠졌다. 이 안은 그대로 보류됐다.

결국 정한 것 — 닉네임 월드컵

9/16, 사장님이 방향을 확정했다. 앱의 중심은 "닉값 : 닉네임 월드컵"이다. 두 카드 중 더 웃긴 쪽을 고르는 것 자체가 게임이고, 이기면 카드팩을 얻어 뜯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안에도 지켜야 할 선을 하나 그어뒀다. 카드를 포켓몬 카드처럼 화려하게 꾸미더라도, 카드에서 제일 큰 글자는 닉네임 자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트 캐릭터가 크고 닉네임이 작게 찍혔던 첫 화면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카드팩을 돈으로 팔면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법이 있다(게임산업법). 그래서 처음엔 카드팩을 무료로만 준다 — 유료는 나중에 따로 확인한 뒤에.

소리는 전부 코드로 만들었다

배경음악·효과음·필살기 소리 24가지, 전부 음원 파일(mp3) 없이 코드가 그 자리에서 계산해서 낸다. 남의 곡을 참고 자료로 받은 적은 있지만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반주를 그대로 가져오는 건 거절합니다.

반주도 그 곡의 일부라 저작권 문제가 됩니다

대신 빠르기와 조성처럼 저작권이 없는 정보만 참고하고, 가락은 새로 지었다. 음원 파일이 하나도 없으니 앱 용량도 그대로고, 낼 때마다 음높이를 살짝 흔들어 반복해도 덜 질리게 만들었다.

가입을 스스로 막아버린 날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계정을 대량으로 만들어 투표와 뽑기를 부풀리는 걸 막으려고, 가입할 때 계산 문제를 풀게 하는 장치를 넣었다. 문제는, 이걸 켠 순간부터 예전 버전 앱을 쓰던 사람은 새 계정을 아예 못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입이 안 돼요" 문의가 오면 앱 버전부터 물어봐야 한다. 오래된 버전이면 이 장치 때문이다. 막히면 검사를 통째로 꺼버리는 비상 스위치는 만들어 뒀다.

지금 남은 것

마을·결투·체육관·교환소는 없애지 않고 화면 뒤로 숨길 예정이다. 카드 등급을 화려하게 꾸미는 연출과, 사용자가 직접 카드를 꾸미고 일부는 사서 쓰는 안까지는 정해졌는데, 세부 설계는 아직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방향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고 이번엔 확실하다고 장담하진 않는다. 대신 이번엔 만들기 전에 숫자로 먼저 걸러보고, 법부터 먼저 찾아보고 시작했다. 다음 편은 아마 설계가 실제로 끝나 화면이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업에 쓴 도구

댓글

저희가 아직 못 푼 게 많습니다. 더 좋은 방법을 아시면 알려주세요. 읽고 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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