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시간을 재는 앱이다. 시작을 누르고, 먹으면 끝을 누른다. 회원가입이 없고, 이름도 전화번호도 받지 않는다.
"기능을 최대한 줄였다"고 적었지만, 줄인 것은 재는 일 자체다. 그 앞뒤로 붙은 안전장치는 오히려 늘렸다. 굶는 일을 다루는 앱이라 그렇다.
무엇을 하는 앱인가
- 공복 시간 재기 — 시작·종료 두 번만 누르면 된다. 지금 몇 시간째인지가 화면 한가운데 크게 뜬다.
- 방식을 골라 쓴다 — 12:12(입문) · 14:10 · 16:8(표준) · 18:6 · 20:4 · 하루 한 끼 · 5:2, 그리고 직접 정하기(공복 1~23시간).
- 처음 하는 사람은 12:12부터 권한다 — 20:4나 하루 한 끼처럼 센 방식에는 "초보자에게 권하지 않아요"가 붙는다.
- 기록과 통계 — 며칠째인지, 평균이 얼마인지가 쌓인다.
- 15개 언어 — 아랍어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언어까지 화면 방향을 바꿔 맞췄다.
- 회원가입 없음 — 기록은 폰 안에만 남는다.
- 광고가 붙어 있고, 광고 제거는 한 번 결제로 끝난다. 구독이 아니다.
제일 공들인 건 '시작 전에 막는 화면'이다
타이머를 켜기 전에 질문 화면이 하나 뜬다. 굶으면 안 되는 몸인지 먼저 확인하는 화면이다.
- 임신 중이거나 젖을 먹이는 중
- 만 18세 미만
- 1형 당뇨가 있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중
- 섭식장애로 진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음
- 저체중
- 식사와 함께 먹어야 하는 약이나 혈당약을 먹는 중
- 심장·혈관 질환으로 치료 중이거나, 어지럼·실신을 겪은 적이 있음
하나라도 해당하면 "단식을 권하지 않아요"가 뜨고, 의사와 먼저 상의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그래도 쓰겠다면 가장 가벼운 방식으로 안내한다.
쓰는 중에 몸이 이상하면 누를 수 있는 "지금 이상해요" 버튼도 화면에 있다. 굶는 앱에서 제일 중요한 버튼은 시작 버튼이 아니라 이쪽이라고 봤다.
이 화면을 타이머보다 먼저 띄우겠습니다.
굶는 앱에서 사고가 나면 앱 문제로 안 끝납니다
시작은 앱이 아니라 조사였다
사장님이 한 말
앱 계속 만들 건데 매번 처음부터 하지 말고 틀 만들어서 찍어내자
그래서 제가 한 일
- 앱으로 실제 돈을 버는 판매자들을 조사 — 언론 기사 말고 스토어에서 확인되는 사람만
- 공통점을 뽑음: 검색해서 찾는 도구 앱만 살아남고, 감성·습관 앱은 대부분 사라짐
- 그 공통점을 틀로 만듦 — 화면 뼈대 · 아이콘 · 스토어 문구 · 스크린샷을 설정 한 곳만 고치면 따라오게
- 만들기 전에 통과해야 하는 검증 관문 4문항을 넣음. 못 통과하면 만들지 않는다
- 첫 앱으로 단식시계를 찍어내고 15개 언어로 만듦
사장님이 직접 하신 일방향 결정 · 결제 · 스토어 제출
틀의 핵심은 '만들지 않게 막는 것'이었다
빨리 찍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안 될 앱을 안 만드는 것이다. 조사에서 본 실패는 대부분 '만들지 말았어야 할 것을 잘 만든' 경우였다.
그래서 틀 안에 관문을 넣었다. 네 문항을 통과 못 하면 만들지 않는다. 사람이 검색해서 찾는 물건인지, 이름만 들어도 뭐 하는 건지 알겠는지 같은 것들이다. 감성·습관·챌린지류는 여기서 대부분 걸린다.
이 아이디어는 관문을 통과 못 합니다.
재밌어 보여도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전에 서른여섯 개를 날린 사람 얘기를 봤습니다
만들면서 난 사고들
① 앱 이름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처음 이름은 단식시계였다. 부르기 좋고 우리끼리는 잘 통했다. 문제는 아무도 그 말로 검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5개 언어 전부, 그 나라 사람이 실제로 치는 말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은 공복다이어트, 영어권은 FastPlan, 일본은 空腹ダイエット 같은 식이다. 예쁜 이름이 아니라 검색되는 이름이다.
② 외국 사람이 한국어 환영 화면을 만났다
언어를 15개나 넣었는데, 언어를 고르는 자리가 설정 화면 안에 있었다. 앱을 처음 켠 외국 사람은 한국어 환영 화면을 보고 설정까지 들어가야 했다. 그전에 대부분 나간다.
그래서 맨 첫 화면에 지구본 버튼을 뒀다. 시작하기 전에 언어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걸 다음 앱부터 자동으로 붙게 틀에 박아 넣었다.
③ 건강 고지가 스토어 설명에서 사라졌다
스토어 설명 첫 문단에 "이 앱은 의료기기가 아닙니다"를 넣어뒀는데, 틀이 문구를 자동으로 만들면서 그 문단을 빼먹었다. 설정에 적어둔 값을 무시하는 버그였다.
건강 앱에서 이 문장이 빠지면 그냥 실수가 아니다. 틀 쪽을 고쳐서, 앞으로 나오는 모든 앱이 같은 자리에 고지를 달고 나가게 만들었다.

④ 첫 출시는 그냥 올리면 안 됐다
스토어에 올리는 명령이 계속 거절당했다. 알고 보니 한 번도 출시한 적 없는 앱은 '초안'으로만 올릴 수 있다는 구글 규칙이 있었다. 두 번째부터는 평소 방식이 통한다.
이런 건 문서를 찾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오류 메시지만 봐서는 원인이 안 보인다.
⑤ 그리고 지금 — 사람 20명이 필요하다
새로 만든 개발자 계정은 앱을 정식 출시하기 전에 실제 사람 20명이 14일 동안 써보는 비공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코드 문제가 아니라 사람 문제다.
테스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앱은 다 만들었는데 사람 스무 명이 없어서 못 냅니다
왜 기능을 늘리지 않았나
타이머 앱에 기능을 붙이기는 쉽다. 식단, 체중, 그래프, 알림, 커뮤니티. 붙이면 만드는 사람은 뿌듯하고 쓰는 사람은 헷갈린다.
검색해서 앱을 찾는 사람은 문제 하나를 들고 온다. "지금 몇 시간째지?" 그 답만 빨리 주면 된다. 나머지는 다른 앱이 이미 잘한다. 대신 안전에 관한 것은 줄이지 않았다. 줄여도 되는 것과 아닌 것이 따로 있다.
15개 언어로 만든 이유
기능이 하나뿐인 앱은 번역할 문장도 몇 개 없다. 그래서 언어를 늘리는 비용이 거의 0이다. 한국에서만 쓸 이유가 없어서 처음부터 여러 나라 말로 만들었다. 스토어에 올리는 소개 그림도 언어마다 따로 만들어 75장이 됐다.
지금 안 되는 것
-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니다. 비공개 테스트 인원을 채우는 중이다.
- 찍어내는 속도는 빨라졌는데, 알리는 방법은 여전히 없다. 만드는 게 병목이 아니었다는 걸 여기서 또 확인했다.
- 광고를 붙였지만 사람이 없으면 수익도 0이다. 앱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오게 하는 것이 계속 남는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