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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 증상 자가진단 — 사랑받아도 허전할 때

답장이 한 시간만 늦어도 머릿속이 바빠집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식은 건가, 다른 사람이 생긴 건가. 막상 답이 오면 별일 아니었는데, 그 한 시간 동안은 온몸이 곤두서 있었어요.

이상한 건 사랑을 못 받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곁에 사람이 있고, 좋다는 말도 듣습니다. 그런데 채워지지가 않아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라고들 합니다.

애정결핍은 병명이 아니라 흔히 쓰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정리된 설명을 찾기 어렵습니다. 여기서는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스스로 어느 쪽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목록,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적어볼게요.

애정결핍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사람마다 겉모습은 꽤 다릅니다. 매달리는 쪽만 있는 게 아니에요.

마지막 항목은 의외라고 느끼실 수 있어요. 결핍이 큰 사람 중에는 매달리는 대신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척하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원하지 않으면 거절당할 일도 없으니까요. 가까워지면 오히려 도망가고 싶다면 회피형 애착 글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는데도 허전한 이유

애정결핍이 있으면 지금 받는 사랑이 과거의 빈자리까지 메워주길 바라게 됩니다. 상대는 오늘의 나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 사랑이 어릴 적 받지 못한 것까지 채워주길 기다리는 거예요. 그 일은 어떤 사람도 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도 허전함이 남습니다. 상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요구하는 양이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서 그렇습니다. 상대가 지치면 그게 다시 "역시 나는 사랑받지 못해"라는 증거처럼 느껴지고요.

자가진단

최근 1년 정도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해당하는 것만 세어보세요. 연인이 아니어도 친구나 가족 관계도 괜찮습니다.

  1. 연락이 늦으면 불안해서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힌다
  2. 상대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지 자주 확인하고 싶다
  3. 싫은 부탁도 관계가 틀어질까 봐 들어준다
  4. 누가 조금만 잘해줘도 금방 마음이 기운다
  5. 혼자 있으면 공허하고 불안하다
  6. SNS 반응이 적으면 기분이 눈에 띄게 가라앉는다
  7.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한 기억이 오래 남는다
  8. 관계가 끝나면 한동안 일상이 무너진다
  9. 상대의 기분을 내 탓으로 여기는 일이 잦다
  10. 연애를 쉬는 기간이 거의 없다
  11. 좋은 일이 생겨도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12. 나를 떠날 것 같은 사람에게 먼저 차갑게 군 적이 있다

3개 이하면 누구나 겪는 정도의 불안입니다.
4~7개면 애정을 확인받으려는 습관이 꽤 자리 잡은 편입니다. 아래 방법들이 도움이 될 거예요.
8개 이상이면 관계 때문에 일상 전체가 흔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혼자 붙들기보다 이야기할 곳을 찾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진단 도구가 아니라 방향을 보는 목록입니다. 몇 개인지보다 어떤 문장을 읽을 때 마음이 찔렸는지를 기억해두세요. 그게 가장 먼저 손볼 곳입니다.

어디서 시작됐을까

대개는 어린 시절에 이런 일이 되풀이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사랑이 조건부로 오는 것, 언제든 거둬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배웁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뒤에도 사랑을 계속 확인해야 안심이 돼요. 그때 그렇게 배운 건 잘못이 아닙니다. 그 환경에서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었어요.

유년기가 무난했는데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크게 버림받았다고 느낀 이별 한 번, 오래 혼자 버틴 시기 하나로도 생길 수 있어요.

스스로 채워가는 법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우려는 걸 멈추고, 조금씩 내 쪽에서 채우는 연습입니다. 한 번에 되지 않고,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1. 불안이 올라올 때 20분만 기다리기. 연락을 재촉하고 싶을 때 바로 보내지 말고 타이머를 맞춰보세요. 20분 뒤에도 보내고 싶으면 보내도 됩니다. 대부분은 그 사이에 파도가 한 번 지나갑니다.
  2. 확인 대신 사실을 말하기. "나 싫어졌어?" 대신 "답이 없어서 좀 불안했어." 질문은 상대에게 증명을 요구하지만, 사실을 말하면 대화가 됩니다.
  3. 혼자 하는 즐거움을 하나 만들기. 누가 봐주지 않아도 좋은 일. 산책 코스든 요리든 뭐든 괜찮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 내 시간이 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4. 기댈 곳을 여러 군데로 나누기. 연인 한 사람에게 모든 걸 걸면 그 사람의 컨디션에 내 하루가 달려버립니다. 친구, 가족, 모임, 기록하는 공간까지 조금씩 나눠두면 한 곳이 흔들려도 버틸 수 있어요.
  5. 거절을 작은 것부터 해보기. 안 내키는 약속 하나를 정중하게 미뤄보세요. 거절해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거절 못 하는 성격도 같이 보시면 좋아요.
  6. 나에게 하는 말 바꾸기. 실수했을 때 머릿속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그 말투가 어릴 적 들었던 말과 닮아 있다면, 이제는 다른 말을 골라도 됩니다.

오히려 나빠지는 방법들

도움을 받는 게 나은 선

이 문제는 상담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이고,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빨리 방아쇠가 보입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마다 있고 비용 부담 없이 이야기해볼 수 있어요.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롭다면 외로움이 오래 갈 때를, 나를 자꾸 탓하게 된다면 자존감이 낮을 때를, 속이 텅 빈 느낌이 오래간다면 공허함 글을 같이 보셔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확인받기 전에, 지금 내 마음을 먼저 적어두는 연습이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이름 없이 꺼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곁에 있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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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마음이 계속된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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