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두근거림 원인,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쿵쿵 뛸 때
뛴 것도 아니고 놀란 것도 아닌데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립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혹은 불 끄고 누웠는데 갑자기 가슴이 쿵쿵거려요.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더 크게 느껴지고, 손목을 짚어 맥을 세어보게 됩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두근거림은 생각보다 흔한 증상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심장 자체의 병이 아니라 그날의 몸 상태와 마음 상태에서 옵니다. 다만 넘기면 안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요. 둘을 구분할 수 있게 차례로 적어볼게요.
두근거림은 이런 느낌으로 옵니다
-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뛴다
- 빠르진 않은데 한 번 한 번이 유난히 세게 느껴진다
- 한 박자 건너뛰거나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 목이나 귀에서 맥박이 뛰는 게 느껴진다
- 왼쪽으로 누우면 더 크게 들린다
조용한 밤에 더 잘 느껴지는 건 심장이 더 세게 뛰어서가 아니라, 주변이 조용해져서 몸 안의 소리에 주의가 쏠리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흔한 원인들
심장은 혼자 뛰지 않습니다. 자율신경이 속도를 조절하는데, 이 신경은 몸과 마음의 상태에 바로 반응해요.
- 카페인. 커피만이 아닙니다. 에너지 음료, 녹차, 콜라, 초콜릿, 일부 감기약과 두통약에도 들어 있어요. 오후에 마신 한 잔이 밤까지 갑니다.
- 잠 부족. 며칠 못 잔 뒤에는 가만히 있어도 맥박이 올라가 있습니다.
- 술 마신 다음 날. 술이 깨는 과정에서 심장이 빨리 뛰는 일이 흔합니다.
- 물을 덜 마셨거나 끼니를 걸렀을 때. 피의 양이 줄거나 혈당이 떨어지면 심장이 더 바쁘게 일합니다.
- 약. 코감기약, 천식 흡입제, 다이어트 보조제 가운데 두근거림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습니다.
- 호르몬 변화. 생리 전, 임신 중, 갱년기에 두근거림이 늘어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 몸의 다른 문제.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열이 날 때도 같은 증상이 나옵니다. 그래서 반복되면 피검사를 한 번 해보는 게 좋아요.
스트레스와 불안이 심장에서 하는 일
위 목록에 해당하는 게 없는데도 두근거린다면 마음 쪽을 봐야 합니다. 긴장하거나 걱정이 쌓이면 몸은 위험에 대비하는 상태로 넘어가요.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심장은 더 빨리 더 세게 뜁니다. 원래는 도망치거나 싸울 때 필요한 반응인데, 요즘은 내일 발표나 답 없는 메시지 하나에도 같은 스위치가 켜집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두근거림을 느끼면 "왜 이러지, 큰일 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다시 긴장을 올리고, 심장은 더 뜁니다. 증상보다 증상을 걱정하는 마음이 두근거림을 길게 끌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에는 괜찮다가 쉬려고 앉으면 시작되는 사람도 많아요. 바쁠 때는 눌러뒀던 긴장이, 멈추는 순간 몸으로 올라오는 겁니다. 꾀병이 아니라 그만큼 오래 버텼다는 표시에 가깝습니다.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
- 앉아서 내쉬는 숨을 길게. 코로 넷을 세며 들이쉬고 입으로 여섯에서 여덟을 세며 내쉽니다. 내쉬는 시간이 길어지면 심장 속도를 낮추는 쪽 신경이 일을 시작해요. 3분만 해도 차이가 납니다.
- 찬물 한 잔, 혹은 찬물로 세수. 얼굴에 찬 자극이 닿으면 맥박이 조금 내려갑니다. 물이 모자랐던 날이라면 마시는 것만으로 가라앉기도 해요.
- 맥을 계속 재지 않기. 확인할수록 불안이 올라갑니다. 한 번 재고 분당 100회 안쪽이면 손을 내려놓으세요.
- 주의를 밖으로.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느낌, 의자가 등을 받치는 느낌을 차례로 짚어봅니다. 가슴에만 쏠린 주의를 옮기는 방법이에요.
- 오늘 먹고 마신 것 돌아보기. 커피 몇 잔, 물 얼마나, 밥은 먹었는지. 의외로 여기서 답이 나오는 날이 많습니다.
이럴 땐 바로 119
두근거림과 함께 아래 증상이 있으면 기다리지 마세요.
- 가슴이 짓눌리듯 아프거나 통증이 팔·턱·등으로 번진다
- 숨이 차서 말을 잇기 어렵다
-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실제로 쓰러졌다
- 식은땀이 나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 가만히 있는데 맥박이 아주 빠른 채로 20~30분 넘게 내려오지 않는다
급하진 않아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경우
- 일주일에 여러 번 반복된다
- 맥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자주 든다
- 계단을 오르거나 움직일 때 유독 심해진다
-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심장 문제로 쓰러진 사람이 있다
- 체중이 이유 없이 빠지거나 손이 떨리고 더위를 심하게 탄다
- 심장 질환, 고혈압, 당뇨가 있다
내과나 순환기내과에서 심전도와 피검사를 하면 대부분 가려집니다. 증상이 올 때만 나타나는 경우엔 하루 동안 기계를 붙이고 지내는 검사를 하기도 해요. 병원에 갈 때는 언제, 얼마나 오래, 직전에 뭘 했는지 적어 가면 훨씬 빨리 답이 나옵니다.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심장은 괜찮다"는 확인이 있어야 다음에 두근거릴 때 덜 무서워져요. 무서움이 줄면 두근거림도 짧아집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계속 두근거린다면
그럴 땐 몸이 아니라 요즘의 생활을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두근거린 날을 일주일만 적어보세요. 시간, 장소, 직전에 한 생각. 적다 보면 특정 사람을 만나기 전이라든지, 일요일 저녁이라든지, 겹치는 자리가 보입니다.
갑자기 강한 공포와 함께 숨까지 가빠진다면 공황발작 증상을, 숨이 모자란 느낌과 손발 저림이 같이 온다면 과호흡 대처법을 같이 보세요. 두근거림보다 조이는 느낌이 크다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평소에도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면 불안장애 자가진단이 도움이 됩니다.
두근거림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올까 봐 약속과 외출을 피하게 됐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야기해보세요. 심장이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신호였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말 못 하고 눌러둔 일이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면, 이름 없이 적어보는 방법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