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집이 검색 실험으로 쓰는 글입니다 · 왜 쓰는지 보기 →

건강염려증 자가진단, 병에 걸린 것 같아 불안할 때

목 옆에 뭔가 만져진 것 같아 손을 댔습니다. 한 번 만지고 나니 계속 만지게 되고, 새벽 두 시에 검색창에 증상을 칩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제일 무서운 병 이름 앞에 도착해 있어요. 다음 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정상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날 하루는 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나흘 지나면 다른 데가 이상해요.

이 순서를 여러 번 겪었다면 지금 문제는 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꾀병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에요. 느끼는 통증도, 조이는 느낌도 전부 진짜입니다. 다만 그걸 해석하는 회로가 지금 예민하게 켜져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건강염려증은 게으른 말입니다

일상에서는 많이 쓰지만 진단서에 그대로 적히는 이름은 아니에요. 지금은 두 가지로 나눠서 봅니다. 몸에 실제로 불편한 증상이 있고 거기에 대한 걱정이 삶을 크게 차지하면 신체증상장애, 뚜렷한 증상은 없는데 병에 걸렸을까 봐 계속 두려우면 질병불안장애라고 불러요.

이름을 굳이 짚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예민해서 그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름이 붙어 있고 다루는 방법도 정리되어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거든요. 주변에서 걱정도 팔자라고 넘기는 말이 제일 아프죠. 그 말은 틀렸습니다.

그냥 걱정과 어디서 갈리나

건강을 챙기는 건 좋은 일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는 것도 당연하고요. 갈리는 지점은 증상의 크기가 아니라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에 있습니다.

정반대 모습도 같은 뿌리입니다. 무서워서 아예 병원을 못 가는 사람도 있어요. 자꾸 가는 쪽과 도저히 못 가는 쪽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둘 다 두려움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12문항 자가진단

최근 6개월을 떠올리면서, 해당하는 것만 세어보세요.

  1. 몸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각을 큰 병의 신호로 자주 해석한다
  2. 증상을 검색하다가 예정보다 훨씬 오래 붙잡고 있던 적이 있다
  3.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마음이 며칠 안에 다시 불안해진다
  4. 맥박, 멍울, 점, 혀 같은 것을 하루에 여러 번 확인한다
  5. 가족이나 주변에 "나 괜찮은 거지?"라고 반복해서 묻는다
  6. 병원을 여러 곳 옮겨 다니며 같은 검사를 다시 받은 적이 있다
  7. 반대로 결과를 듣는 게 무서워 검사를 미루고 있다
  8. 주변 사람이 아프거나 관련 뉴스를 보면 내 걱정이 확 커진다
  9. 건강 걱정 때문에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깬다
  10. 걱정 때문에 일이나 공부에 집중이 안 되는 날이 많다
  11. 운동, 여행, 모임처럼 하고 싶던 일을 몸이 걱정돼 미뤘다
  12. 이 걱정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0~3개는 누구나 겪는 정도입니다. 4~7개면 걱정이 생활을 조금씩 차지하기 시작한 상태예요. 아래 방법을 하나씩 써볼 시점입니다. 8개 이상이면 혼자 마음먹는 걸로는 잘 안 되는 구간일 수 있어요. 도움을 받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말을 하나 하겠습니다. 이 목록은 몸이 멀쩡하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새로 생긴 증상, 점점 심해지는 통증, 이유 없는 체중 감소, 피가 섞여 나오는 것 같은 신호는 이 글과 상관없이 병원에서 봐야 해요. 이건 걱정을 다루는 이야기지 검사를 건너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왜 검색할수록 심해질까 — 안심 구하기의 고리

검색하고, 확인하고, 물어보고, 병원에 갑니다. 이걸 안심 구하기라고 불러요. 문제는 이게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편해지거든요.

그래서 뇌가 배웁니다. 아, 불안하면 확인하면 되는구나. 다음번엔 더 빨리 손이 갑니다. 확인 간격이 짧아지고, 안심이 유지되는 시간은 점점 줄어요. 예전엔 검사 한 번으로 한 달이 갔는데 이제는 이틀이 됩니다.

거기에 몸이 거듭니다. 불안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굳고, 속이 불편해집니다. 그럼 그 감각이 또 새로운 증거가 돼요. 걱정이 증상을 만들고 증상이 걱정을 키우는 고리가 완성됩니다.

그러니까 겁이 많아진 게 아니라 확인한 만큼 안심의 유효기간이 짧아진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늘리는 방법도 같은 원리예요. 확인을 조금씩 미뤄보면 됩니다.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것

  1. 확인 횟수를 세어보기. 줄이기 전에 며칠만 기록해 보세요. 하루에 몇 번 만졌는지, 몇 분 검색했는지. 대부분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이 단계에서 이미 좀 줄어듭니다.
  2. 한 번에 끊지 말고 미루기. 참으라고 하면 실패합니다. 대신 "15분 뒤에 하겠다"로 미뤄보세요. 15분이 되면 대개 충동이 내려가 있습니다. 되면 30분으로 늘립니다.
  3. 걱정 시간을 하루에 몰기. 저녁 8시부터 20분처럼 정해두고, 낮에 걱정이 올라오면 메모만 해뒀다가 그 시간에 몰아서 합니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잘 듣는 방법이에요.
  4. 검색 규칙 하나 정하기. 증상 이름을 치지 않기가 제일 좋고, 어렵다면 대형 병원이나 공공기관 사이트 한 곳만 보기로 정하세요. 커뮤니티 후기 글이 제일 위험합니다.
  5. "괜찮지?"를 다르게 부탁하기. 가족에게 계속 물으면 그 사람도 지치고 나도 안 좋아집니다. 대신 이렇게 부탁해 보세요. "괜찮다고 대답하지 말고, 대신 같이 산책 좀 가줘."
  6. 병원 가는 규칙을 미리 정해두기. 불안할 때 정하면 매번 흔들려요. 평온할 때 정합니다. 새 증상이 2주 넘게 가면 간다, 같은 검사는 6개월 안에 다시 안 받는다 같은 식으로요.
  7. 숨을 길게 내쉬기. 들이쉬는 것보다 내쉬는 걸 두 배 길게. 넷을 세며 마시고 여덟을 세며 뱉습니다. 흥분한 몸을 내리는 스위치는 날숨 쪽에 있어요.
  8. 몸을 감시 대상에서 도구로 바꾸기. 가만히 앉아 감각을 살피면 뭐든 느껴집니다. 걷기, 설거지, 계단처럼 몸을 쓰는 일을 하면 감시가 자연히 끊겨요.

오히려 나빠지는 방법들

도움을 청하는 게 좋은 선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해보세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마다 있고 비용 부담 없이 상담받을 수 있어요. 이 문제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는 장치가 너무 민감하게 맞춰진 쪽에 가깝습니다. 다시 맞추는 방법은 꽤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순서를 알고 하면 생각보다 빨리 움직여요.

걱정이 건강 말고 다른 데까지 번져 있다면 불안장애 자가진단을, 가슴이 조이거나 답답한 느낌이 잦다면 가슴이 답답할 때를 같이 보세요. 확인하는 행동이 손 씻기나 문단속처럼 다른 데서도 나타난다면 강박증 자가진단도 있습니다. 밤에 생각이 길어져 잠을 못 잔다면 밤에 잠이 안 올 때 드는 생각들도 도움이 될 거예요.


가족에게 또 물어보기는 미안하고, 혼자 삼키기는 무거울 때. 이름 없이 적어둘 곳이 필요하다면.

고해성사 — 익명으로 적고 위로받는 앱

힘든 마음이 계속된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자살예방 상담 109 · 정신건강 상담 1577-0199